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#0. 스물 셋, 아빠와 둘만의 여행

#1. 8살 Sueaty의 발자국을 따라가다

         ⓵편 - Kitchener Street 우리집

 

[호주 #1] 8살 Sueaty의 발자국을 따라가다⓵ (부제 - 관광객은 모르는 진짜 재미)

#0. 스물 셋, 아빠와 둘만의 여행 #1. 8살 Sueaty의 발자국을 따라가다 (부제 - 관광객은 모르는 진짜 재미) #2. 아빠, 나 믿지? (부제 - Sueaty 따라다니면 실패 안하쥬) #3. Sueaty, 아빠 믿지? (부제 - 분야의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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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       ⓶편 - Coorparoo State School 학교, 호주산 와규버거 Grill'd

 

[호주 #2] 8살 Sueaty의 발자국을 따라가다 ⓶ (Coorparoo State School, Grill'd)

#0. 스물 셋, 아빠와 둘만의 여행 [호주 #0] 스물 셋, 아빠와 둘만의 여행 #0. 스물 셋, 아빠와 둘만의 여행 #1. 8살 Sueaty의 발자국을 따라가다 ⓵ (부제 - 관광객은 모르는 진짜 재미) #2. 아빠, 나 믿지? (부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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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       ⓷편 - New Farm Park: 여행자는 모르는 곳

#2. 아빠, 나 믿지? (부제 - Sueaty 따라다니면 실패 안하쥬)

#3. Sueaty, 아빠 믿지? (부제 - 분야의 정상에 서고 싶어졌다)


5월 22일부터 26일까지 실제 여행 일 수 3일밖에 되지 않았던,

그러나 3일이면 충분했던 아빠와의 여행


2004년,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가족 전체가 Brisbane, Austrailia로 떠났다. 도피라던가 그런 것은 아니고^^ 아빠의 연구년을 가족 전체가  1년 동안 따라 간 것이도 나는 학교에, 동생은 day-care center에 정식으로 다니면서 살았다. 언어를 습득하는 능력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스킬이라 누군가는 '1년이 무슨 유학이냐'라고 하겠지만 23년을 영어로 인정받고 살고 있어서 유학 갈 형편이나 상황이 아니면 아이도 가지기 싫다라는 괴상한 가치관을 형성하게 된 너무나도 소중했던 2004 ~ 2005년의 1년이다. (결혼은 누군가가 해주겠다고  나타나...응 아니야)

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올해 초 가족 모두가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일을 하고 있을 때 아빠가 큰 소리로 "수정아 함 와봐라!" 소리치시길래 "싫어!!!" 라고 외치면서 뭔가 싶어 쫄래쫄래 아빠 방으로 들어가봤다. 우리 아빠 특유의 장난끼 가득한 미소가 있는데 겁나 큰 우리집 듀얼모니터에 대한항공 비행기 발권창을 띄워 놓고 아빠가 회전의자를 팽그르 돌리더니 "5월에 Brisbane 갈래?" 하셨다. 지난 번에 Chicago 갈 때도 물어 본 적이 있는데 Chicago 갈 때는 시험기간이라서 절대 안된다고 딱 짤라 말해서 거의 뭐 호의 입구컷 수준... 그 떄 너무 단호했어서 그런지 아빠도 별 기대 안하고 물어본 것 같았다. 근데 이번에는 가야겠더라. 시험기간이 언제인지도 모르면서, 캘린더도 안열어봤고, 수강신청도 안했어서 정말 시험이 언제인지도 모르면서 "응" 했다. 엿듣고 있던 엄마는 "미쳤군", 재수하는 동생은 "아 재수생 두고 어디가!". 내 캘린더에는 '일정'이라는 게 절대 한 달 넘어서까지 잡히지 않는데, 처음으로 캘린더를 뒤로 세 네번 훑었다(ㅎㅎ). 그렇게 비행기표를 끊었고 (KAL 아 여윽시 여행은 아빠랑ㅎ)

그렇게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24시간 동안 자랑 한 번하고 호주는 내 기억속에 잊혀졌고 학교는 개강을 했다. 아 누가 대3무기력증 이라는 병명이 있다 그랬는데 그 무기력함이 나에게 와버렸다. 공부는 너무 하기 싫고, 주변에 너무 많은 유혹이 생겼고, 계속 내 앞길에 대한 생각, 정말 오그러리지만 정말 '나'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다보니 중간고사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. 그리고는 모두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고 떠났다 호주로. '수요일' 수업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. 정말 뭔가 싶더라 학기 중에, 그것도 가장 자신 없는 두 과목 중간고사를 2주 앞두고, 목요일 수업은 결석처리 시켜버리고 떠난다니.

발렛 맡기고, 면세품 찾고 KAL Prestige Lounge로 향하는데 오... 전 가난한 학생이라 이런 곳 못와봤어요. 사실 나이에 앞자리 2 달고 나서 한 번도 인천공항 2터미널 못가봤어요... 홀리몰리. 아 근데 진짜 밖에서부터 밥 냄새나는데, 다녀와본 라운지라고는 유럽에서 Eurail Pass 가 1등석이라 Netherlands 기차 역에 있던 1등석 전용 라운지밖에 없는데 거긴 미닛메이드랑 프렛즐같은 과자 밖에 없어서 당연히 머릿속에는 저 라운지 안에 뷔페가 차려져있을 줄은 몰랐지. 여윽시 여행은 아빠랑ㅎ 혼자 신나서 아빠 옆에서 '오 >O_O<' 막 이런표정 짓고 있으니까 아빠가 '사진 찍어 줘?' 이러는데 음 그렇게 '우리 딸이 여긴 처음 와봐요'를 티내야겠어요 아부지? 절대 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으므로 거절하고 셀카로 대신했다. 그런데 결국 처음 온 티를 내버렸지. 너무 많이 먹어버렸거든 컵라면이며 샌드위치며ㅎ

내 앞에 컵라면에 샌드위치 두개까지... 내가 저것만 먹었을 것 같아?ㅎ

여행을 다 마치고 한 달 정도 지나서 글을 쓰는 지금 6개월 전에 호주를 가겠다고 "응" 이라고 대답한 나에게 잘했다고 하고 싶다. 내가 살았던 곳을 다시 돌아다녀보고, 그 때 느끼고  겪었던 것들을 어른이 되어서 다시 해보니 조금 느낌이 다른 것이 좋았기도 했지만 아빠랑 단 둘만 있어 본적도 없었고, 많은 대화를 나눠 본적도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던 좋은 계기였던 것 같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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